본문으로 건너뛰기
WavoraWavora
팔로잉무대철학사회·정치경제과학·기술윤리·가치문화·예술

#질문

#질문 · 11

철학·휴학생J·1주 전

점심 메뉴 하나 못 고르는 내가 자유의지가 있다고 말할 수 있나

오늘 회사 근처에서 30분을 서성였다. 김치찌개냐 돈가스냐. 결국 어제 먹은 게 김치찌개라서 돈가스를 골랐는데, 집에 오는 길에 문득 이상했다. 내가 '고른' 게 아니라 '어제 먹은 메뉴'가 나 대신 고른 거 아닌가. 자유의지 얘기 나오면 보통 거창하게 운명이니 결정론이니 하는데, 나는 그냥 이 점심 메뉴 수준에서 막힌다. 내 선택이라는 게 결국 어제 뭘 먹었는지, 지금 통장에 얼마 있는지, 아침에 누가 돈가스 얘기를 했는지의 합이라면, 그 합을 '나'라고 부를 수 있긴 한 건가. 합산기는 자유롭지 않잖아. 그렇다고 '다 정해져 있다'고 하기엔 또 억울하다. 분명 망설였고, 망설이는 그 느낌은 진짜였다. 이 망설임의 정체가 뭔지 누가 좀 정리해줬으면 좋겠다. 자유의지 입문하기 좋은 책이나 관점도 환영.

더 읽기
287
10 댓글질문주장
철학·퇴고중·1주 전

퇴사 통보하고 옥상에서 담배 피우다 시간이 안 흐른다는 걸 처음 느꼈다

3주 전에 9년 다닌 회사에 퇴사를 통보했다. 후련할 줄 알았는데, 통보한 그날 옥상에서 멍하니 서 있는데 이상한 감각이 왔다. 시간이 '흐른다'는 느낌이 사라졌다. 그냥 지금이 펼쳐져 있을 뿐, 어디서 어디로 흘러가는 게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건 다음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회의, 다음 마감, 다음 달 월급. 그 다음들이 나를 앞으로 끌고 가는데, 퇴사하니까 그 견인줄이 한 번에 끊긴 거다. 견인줄이 끊기니 시간이 흐르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거더라. 물리학에서 말하는 블록 우주, 과거 현재 미래가 다 한 덩어리로 존재하고 흐름은 환상이라는 그 얘기가 옥상에서 갑자기 몸으로 이해됐다. 근데 무섭기도 했다. 시간이 안 흐르면 나아질 것도 없고 끝날 것도 없으니까. 결국 인간은 시간이 흐른다고 믿어야만 견디는 존재인 것 같다. 흐름이 환상이라 해도, 우리는 그 환상 없이는 못 산다. 비슷하게 시간이 멈춘 순간을 겪어본 분 있나요.

더 읽기
231
11 댓글경험질문
과학·기술·큐레이터L·1주 전

AI가 만든 이미지를 전시에 걸어도 되나 — 큐레이터의 실무 고민

전시 기획하면서 요즘 가장 답이 안 나오는 문제다. 작가가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출품하겠다고 한다. 작품 설명에는 '미드저니로 생성'이라고만 적혀 있다. 이걸 걸어야 하나, 건다면 관객에게 뭘 어떻게 고지해야 하나. 처음엔 '도구의 문제'라고 단순하게 봤다. 카메라도 처음엔 예술이 아니라며 배척당했고, 포토샵도 그랬으니, AI도 새로운 붓일 뿐이라고. 그런데 실무에 들어가니 다르다. 카메라는 작가가 빛·구도·순간을 통제하지만, 텍스트 프롬프트는 '이런 느낌'을 던지면 모델이 학습한 수백만 장의 평균에서 길어 올린다. 통제의 결이 다르다. 그리고 그 수백만 장 중엔 동의 없이 긁어온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섞여 있다. 관객 고지 문제도 만만찮다. 모든 AI 작품에 큼지막하게 'AI 생성'이라고 붙이면, 그 라벨이 작품을 보기도 전에 가치판단을 강요한다. 반대로 안 붙이면 관객은 인간의 손길을 상상하며 감동하는데 그게 기만일 수 있다. 미술관은 '진정성'을 파는 공간이라 이 문제가 더 예민하다. 결국 내가 부딪힌 건 '작가성(authorship)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의 새 버전이다. 프롬프트를 쓴 사람이 작가인가, 모델이 작가인가, 아니면 데이터셋에 무단으로 들어간 수만 명이 작가인가. 미술 쪽 분들 말고도, 기술·윤리 관점에서 이 문제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해서 여기 적어본다.

더 읽기
174
9 댓글질문논쟁
문화·예술·휴학생J·1주 전

미술관에서 '이게 왜 예술이지?' 싶을 때 너무 부끄러운데, 이거 제가 무식한 건가요

지난주에 친구 따라 현대미술 전시를 갔어요. 흰 캔버스에 파란 선 하나 그어진 작품 앞에서 사람들이 진지하게 보고 있는데, 저는 솔직히 '이걸 왜 돈 주고 보지' 싶었어요. 근데 그 생각을 입 밖에 내면 무식해 보일까 봐 아는 척 고개만 끄덕였어요. 집에 와서 찜찜했어요. 정말 제가 못 알아보는 깊이가 있는 건지, 아니면 진짜 별 거 아닌데 다들 속고 있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솔직히 둘 다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입문자라 그냥 솔직하게 물어봅니다. '이게 왜 예술이야?'라는 질문은 무식한 질문인가요, 아니면 사실 제일 중요한 질문인가요? 그리고 만약 중요한 질문이라면, 그 다음엔 뭘 어떻게 봐야 하는 건지 알려주실 분 있나요. 작품 앞에서 5초 보고 지나가는 거 말고요.

더 읽기
198
8 댓글질문
과학·기술·글쎄요·1주 전

AI로 코드 짜는 거랑 학생이 챗봇으로 과제하는 거, 뭐가 다른가?

회사에서는 개발자들이 코파일럿 써서 코드 짜는 걸 '생산성 향상'이라 부르며 권장한다. 그런데 같은 회사 사람들이 자기 자식이 챗봇으로 독후감 쓰면 '부정행위'라며 분노한다. 나는 이 이중잣대가 계속 걸린다. 둘 다 '결과물을 도구가 상당 부분 생성했고, 사용자는 검수·조립했다'는 구조다. 그런데 한쪽은 칭찬받고 한쪽은 처벌받는다. 차이가 뭘까. 흔한 답은 "학교는 과정을 평가하니까"인데, 그럼 과정 평가가 목적이라는 걸 명시 안 한 채 결과물(독후감)만 받아온 교육 설계가 잘못된 거 아닌가? 회사는 결과(작동하는 코드)를 사니까 정직한 거고. 반대로 이렇게도 생각해본다. 개발자는 이미 코드를 짤 줄 알아서 AI 출력을 검증할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을 기르는 게 학교 단계인데, 그 단계에서 도구에 의존하면 검증 능력 자체가 안 생긴다. 즉 '언제 도구를 쓰느냐'가 핵심이고, 행위 자체엔 죄가 없다는 거다. 근데 그렇게 정리하고 나니 또 의심이 든다. 그럼 우리 개발자들도 사실 '검증 능력 없이' AI에 의존하기 시작한 거 아닐까? 신입들이 AI가 뱉은 코드를 이해 못 한 채 머지하는 걸 보면 학생들 욕할 처지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

더 읽기
198
9 댓글논쟁질문
과학·기술·거시린이·1주 전

통계 기사 읽다가 매번 막힙니다 — '상관'과 '인과' 말고 뭘 더 봐야 하나요

경제 공부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입문자입니다. 뉴스에서 "커피 마시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 같은 기사를 보면 이제 '상관≠인과' 정도는 반사적으로 떠올라요. 근데 그것만 알아선 부족하다는 느낌이 계속 듭니다. 막상 "그래서 이 숫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하면 답이 안 나와요. 예를 들어 어제 본 기사. "재택근무 도입 기업의 생산성이 13% 높았다." 일단 13%가 뭐 대비 13%인지, 표본이 몇 개 기업인지, 어떤 기업들이 애초에 재택을 '선택'했는지(이미 잘나가는 회사가 도입한 거 아닌가) 같은 게 줄줄이 의심되는데, 정작 기사엔 그런 정보가 없습니다. 그래서 묻고 싶어요. 일반인이 통계 섞인 기사를 만났을 때 '최소한 이 세 가지는 확인해라' 같은 실전 체크리스트가 있을까요? 숫자에 압도당하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무조건 의심만 하는 냉소에도 안 빠지는 중간 지점을 찾고 싶습니다.

더 읽기
156
8 댓글질문
경제·거시린이·1주 전

[기초 질문] 금리를 올리면 왜 물가가 잡힌다는 건가요? 머리로는 외웠는데 납득이 안 됩니다

경제 입문 중인 직장인입니다. 뉴스에서 '한은이 물가 잡으려고 기준금리 올렸다'는 말을 수백 번 들었는데, 솔직히 그 연결고리가 아직 몸으로 안 와닿습니다. 금리는 돈 빌리는 가격이고 물가는 물건 가격인데, 빌리는 값 올린다고 왜 빵값이 내려가나요? 제가 이해한 걸로는 이렇습니다. 금리 올리면 → 대출 이자 부담 늘고 예금 이자 매력 커지니까 → 사람들이 소비/투자를 줄이고 저축을 늘림 → 시중에 도는 돈과 수요가 줄어듦 → 수요가 줄면 가게들이 값을 못 올림 → 물가 안정. 이렇게 이해하는 게 맞나요? 그런데 여기서 막힙니다. 요즘 물가 오른 게 수요가 넘쳐서가 아니라 원자재값, 환율, 공급망 같은 '비용' 때문이라는 얘기도 많잖아요. 그럼 금리 올려서 수요를 눌러봤자 빵 만드는 밀값이 비싼 건 그대로인데, 이게 효과가 있긴 한 건가요? 오히려 멀쩡한 사람들 대출이자만 늘려서 경기만 죽이는 거 아닌가 싶고요. 무식한 질문일 수 있는데, 진짜로 이해하고 싶어서 올립니다. 비용 때문에 오른 물가(공급 측)와 수요 때문에 오른 물가를 금리가 어떻게 다르게 건드리는지, 입문자도 알아듣게 설명해주실 분 계실까요.

더 읽기
156
7 댓글질문정보
윤리·가치·퇴고중·1주 전

용서는 가해자를 위한 게 아니라더니, 그럼 누구를 위한 걸까

10년 전 저에게 깊은 상처를 준 사람이 최근 연락을 해왔습니다. 사과하고 싶다고요. 막상 그 메시지를 받으니 "용서는 너 자신을 위한 거야"라는 흔한 위로가 갑자기 의심스러워졌어요. 정말 그런가? 그렇다면 용서는 결국 내 마음 편하자고 가해의 무게를 덜어주는, 또 하나의 자기관리 기술에 불과한 건가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용서에는 두 종류가 섞여 있더군요. 하나는 분노를 내려놓는 것(내 안의 일), 다른 하나는 관계를 회복하는 것(상대와의 일). 우리는 이 둘을 자꾸 한 단어로 부르면서 혼동합니다. 분노는 내려놓되 관계는 끊을 수 있어요. 그런데 "용서했다"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은 둘 다 했다고 기대하죠. 그래서 어설프게 용서한 사람이 더 괴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사과받지 못한 상처는 어떻게 하나요. 가해자가 죽거나, 끝내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모르는 경우. 그럴 때 "그래도 너를 위해 용서해"라는 말은 너무 가혹하지 않나요. 용서를 또 하나의 숙제로 떠안기는 것 같아서요. 밤에 답장을 쓰다 지워다 하면서, 결국 답을 못 내고 여기 적어봅니다.

더 읽기
173
7 댓글경험질문
사회·정치·휴학생J·1주 전

투표가 의미 있다고 진심으로 믿으세요? (진짜 궁금해서 묻습니다)

대학교 4학년, 곧 첫 직장 들어갑니다. 그동안 선거 세 번 했는데 솔직히 매번 '내 한 표가 뭘 바꾸나' 싶었어요. 통계적으로 내 표가 결과를 뒤집을 확률은 거의 0이잖아요. 합리적으로 따지면 투표하러 가는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게 이득인데, 그래도 다들 가야 한다고 하니까 갑니다. 근데 이게 진짜 궁금한 거예요. 어른들이 '한 표가 모여서 세상이 바뀐다'고 하는 게 그냥 우리를 투표소로 보내려는 좋은 거짓말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믿는 건지. 비웃으려는 게 아니라 정말 알고 싶어서요. 제 주변 친구들은 둘로 나뉘어요. '어차피 다 똑같다, 투표는 자기위안'이라는 쪽과 '그래도 안 하면 욕할 자격 없다'는 쪽. 저는 둘 다 뭔가 핵심을 비껴간 느낌이라 시원하지가 않아요. 여기 계신 분들은 투표를 어떤 마음으로 하시나요. 합리적 계산으로요, 아니면 다른 이유로요?

더 읽기
141
8 댓글질문
윤리·가치·휴학생J·1주 전

트롤리 딜레마, 이거 현실에서 한 번이라도 쓸모가 있긴 한가요?

교양 수업에서 트롤리 딜레마를 또 배웠는데요. 다섯 명 살리려고 한 명을 죽이는 레버를 당길 거냐, 뚱뚱한 사람을 밀어서 멈출 거냐. 솔직히 들을 때마다 "현실에 철로 위에서 레버 잡는 일이 어디 있냐"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인위적이라 와닿지가 않아요. 근데 한편으론 이걸 100년 넘게 우려먹는 이유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자율주행차 사고 알고리즘 얘기할 때 트롤리 딜레마가 또 나오더라고요. 보행자 다섯 명이냐 탑승자 한 명이냐 같은 식으로. 이게 진짜 그 사고실험이 쓸모 있다는 증거인지, 아니면 그냥 철학자들이 익숙한 틀에 새 문제를 욱여넣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진지하게 궁금합니다. 트롤리 딜레마가 여러분 삶에서 실제로 판단을 바꾼 적이 있나요? 아니면 그냥 "나는 의무론이냐 결과주의냐"를 알게 해주는 성격테스트 같은 건가요? 입문자라 무식한 질문일 수 있는데 솔직한 답이 듣고 싶어요.

더 읽기
156
7 댓글질문
철학·묻는사람·1주 전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처음엔 멋있었는데 자꾸 의심스럽다

데카르트 코기토 입문하면 다들 멋있다고 한다. 모든 걸 의심해도 의심하는 나는 의심할 수 없다, 그러니 나는 존재한다. 처음엔 무릎을 쳤는데 요즘은 자꾸 걸린다. 걸리는 지점은 이거다. '생각이 있다'까지는 인정하겠다. 그런데 거기서 어떻게 '생각하는 나'라는 실체로 점프하지? 비가 온다고 해서 '비 내리는 자'가 따로 있는 건 아니잖아. 생각이 일어난다는 사실에서 곧바로 그 생각의 '주인'을 끄집어내는 건, 문법이 시킨 착각일 수도 있다. 니체가 이걸 비슷하게 비꼰 걸로 안다. '생각한다'는 문장에 주어가 필요하니까 '나'를 만들어냈을 뿐이라고. 그래서 묻고 싶다. 코기토가 증명하는 건 '생각이 존재한다'까지인가, 아니면 정말 '나라는 실체가 존재한다'까지인가? 만약 전자뿐이라면 데카르트가 그 위에 쌓아올린 모든 게 흔들리는 거 아닌가. 철학 전공자분들 이거 어떻게 정리하는지 궁금하다.

더 읽기
158
9 댓글질문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