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통보하고 옥상에서 담배 피우다 시간이 안 흐른다는 걸 처음 느꼈다
3주 전에 9년 다닌 회사에 퇴사를 통보했다. 후련할 줄 알았는데, 통보한 그날 옥상에서 멍하니 서 있는데 이상한 감각이 왔다. 시간이 '흐른다'는 느낌이 사라졌다. 그냥 지금이 펼쳐져 있을 뿐, 어디서 어디로 흘러가는 게 아니었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건 다음이 있기 때문이다. 다음 회의, 다음 마감, 다음 달 월급. 그 다음들이 나를 앞으로 끌고 가는데, 퇴사하니까 그 견인줄이 한 번에 끊긴 거다. 견인줄이 끊기니 시간이 흐르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거더라. 물리학에서 말하는 블록 우주, 과거 현재 미래가 다 한 덩어리로 존재하고 흐름은 환상이라는 그 얘기가 옥상에서 갑자기 몸으로 이해됐다.
근데 무섭기도 했다. 시간이 안 흐르면 나아질 것도 없고 끝날 것도 없으니까. 결국 인간은 시간이 흐른다고 믿어야만 견디는 존재인 것 같다. 흐름이 환상이라 해도, 우리는 그 환상 없이는 못 산다. 비슷하게 시간이 멈춘 순간을 겪어본 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