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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6개의 토론 · 60회 참여

돈·노동·시장, 그리고 청년 세대의 경제 현실

퇴고중·1주 전

복리는 이자가 아니라 '시간'이다 — 서른다섯에야 깨달은 늦은 후기

학교에서 복리 공식을 배웠다. A = P(1+r)^n. 시험 보려고 외웠고, 시험 끝나고 잊었다. 그게 인생을 가르는 식이라는 걸 서른다섯에야 통장 보면서 알았다. 너무 늦게 알아서 글로 남긴다. 간단한 산수다. 연 7% 수익이면 돈이 두 배 되는 데 약 10년 걸린다(72의 법칙). 25살에 1000만원 넣고 안 건드리면 35살에 2000, 45살에 4000, 55살에 8000, 65살에 1억 6천이 된다. 같은 1000만원을 45살에 넣기 시작하면 65살에 4000만원이다. 20년 늦었을 뿐인데 결과는 네 배 차이. 무서운 건 이게 더 많이 넣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시간'이 만든 차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면서 마음이 복잡하다. 복리의 마법은 종잣돈과 시간이 있는 사람에게만 작동한다. 25살에 1000만원을 묶어둘 수 있는 청년이 지금 몇이나 되나. 월세 내고 학자금 갚고 나면 종잣돈이 안 모이고, 그래서 복리의 출발선에 아예 못 선다. 복리는 가진 자의 시간을 폭발적으로 불리고, 못 가진 자는 그 출발선까지 가는 데 시간을 다 쓴다. 그래서 이건 단순한 재테크 글이 아니다. 복리는 '시간이 돈을 번다'는 아름다운 명제인 동시에, 왜 자산 격차가 시간이 갈수록 좁혀지지 않고 벌어지는지를 설명하는 잔인한 식이기도 하다. 노동소득은 선형으로 늘고 자본소득은 지수로 는다. 피케티가 r > g로 말한 게 결국 이 이야기 아닌가. 일찍 알았으면 좋았겠지만, 늦게라도 안 게 어딘가 싶어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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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김씨·1주 전

9년차인데 첫 직장보다 통장이 더 가볍습니다 — 실질임금이라는 단어를 몸으로 배운 후기

2016년에 신입으로 받던 실수령이 230쯤이었다. 지금 9년차, 명목으로는 380 받는다. 숫자만 보면 1.6배다. 그런데 왜 통장은 더 가벼운가. 작년에 진지하게 가계부를 엑셀로 다시 짜봤다. 그러다 '실질임금'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이해했다. 2016년 서울 원룸 보증금 1000에 월 45였다. 지금 비슷한 동네는 보증금 2000에 월 70~80이다. 점심값은 6500원에서 만원이 기본선이 됐고, 회식 안 해도 그렇다.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로 환산해보니 내 380은 2016년 기준으로 환산하면 대략 300 초반밖에 안 된다. 명목 1.6배 올랐는데 구매력은 1.3배 남짓. 그 사이 나는 야근을 더 했고 책임은 비교도 안 되게 무거워졌다. 무서운 건 이게 '나만 못 벌어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이나 통계청 자료 보면 실질임금 증가율이 몇 년째 거의 멈춰 있거나 마이너스인 해도 있었다. 우리는 다들 명목 숫자가 오르는 걸 보면서 '그래도 나아지고 있다'고 자기최면을 거는데, 물가가 그 숫자를 조용히 갉아먹는다. 연봉협상 때 5% 올랐다고 좋아했던 게 물가 3.6% 시절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았을 때의 허탈함. 질문은 이거다. 우리는 왜 명목임금의 숫자에 그렇게 쉽게 안심하는가. 그리고 회사와 협상할 때 '물가만큼은 보장'이라는 게 왜 당연한 출발선이 아니라 매번 싸워야 얻는 양보처럼 느껴지는가. 비슷하게 느끼는 분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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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진끝나고·1주 전

환자에게 '일을 줄이세요'라고 말할 때마다 걸리는 것 — 일은 생계인가 의미인가, 아니면 둘 다 인질인가

내과 외래를 보다 보면 번아웃, 고혈압, 공황으로 오는 30~40대가 정말 많다. 차트를 보면 거의 다 과로다. 그때 내가 하는 말은 정해져 있다. '일을 좀 줄이셔야 합니다.' 그런데 이 말을 할 때마다 환자 표정에서 같은 걸 본다. '그게 되면 여기 안 왔죠.' 의학적으로는 명백하다. 이 사람은 쉬어야 산다. 그런데 그 사람에게 일은 단순한 스트레스 원천이 아니다. 일을 줄이면 대출을 못 갚고, 아이 학원을 끊어야 하고, 무엇보다 본인이 '쓸모없어지는' 느낌을 견디기 어려워한다. 일이 그를 병들게 하는데, 동시에 그 일이 그의 자존감과 생계를 동시에 떠받치고 있다. 의사로서 '일을 줄이라'는 처방이 사실상 '소득을 줄이고 정체성을 흔들라'는 말이 되는 순간, 나는 이게 의학의 문제인지 경제의 문제인지 헷갈린다. 오래 고민하다 든 생각은, 우리 사회가 일에 '생계'와 '의미'를 한꺼번에 묶어버렸다는 거다. 옛날엔 노동이 생계였고 의미는 종교나 공동체에서 왔다. 지금은 '무슨 일 하세요'가 곧 '당신은 누구세요'다. 그래서 일을 줄이라는 건 돈만 줄이는 게 아니라 존재를 줄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둘 다 일에 인질로 잡혀 있는 셈이다. 환자에게 정말 필요한 처방은 '일을 줄여도 무너지지 않는 삶의 구조'인데, 그건 내가 처방전에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병의 절반은 사실 경제 구조의 증상이 아닐까. 여기 계신 분들은 일에서 생계와 의미를 어떻게 떼어놓고 계신지, 아니면 떼는 게 가능하긴 한 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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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는거짓말안해·1주 전

자동화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공포, 200년째 틀렸지만 이번엔 다를 수 있는 이유

개발자로서 자동화 일자리 논쟁을 자주 접한다. 한쪽은 '러다이트는 매번 틀렸다, 기술은 늘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하고, 다른 쪽은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둘 다 절반만 맞다고 본다. 정리해보고 싶다. 역사적으로 낙관론은 옳았다. 19세기 영국 직물공이 기계로 대체됐지만, 그 덕에 옷값이 폭락하면서 수요가 폭발했고 공장·유통·운송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겼다. ATM이 보급되면 은행원이 사라질 거라 했지만, 지점 운영비가 싸지니 지점이 더 늘어 은행원 총수는 오히려 늘었다는 유명한 연구도 있다. 핵심은 '특정 직무(task)'는 사라져도 '직업(job)'은 재구성되며 살아남았다는 거다. 그럼 왜 이번엔 다를 수 있나. 과거 기계는 인간의 '근육'을 대체했고, 컴퓨터는 정해진 '규칙'을 대체했다. 둘 다 인간에게 '판단'이라는 도피처를 남겼다. 그런데 생성형 AI는 바로 그 판단·창작·언어 영역을 건드린다. 도피처 자체를 좁히는 셈이다. 게다가 과거 전환은 한 세대에 걸쳐 일어나 사람들이 적응할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 속도는 그 적응 곡선보다 빠를 수 있다. 그래서 내 잠정 결론은 비관도 낙관도 아니다. '총량'은 아마 또 괜찮을 것이다. 문제는 '전환의 속도와 분배'다. 새 일자리가 생겨도 그게 대체된 사람이 갈 수 있는 일자리인지, 그 전환기에 무너지는 사람들을 사회가 어떻게 받칠 것인지. 기술 자체보다 이 질문이 진짜 쟁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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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않는손·1주 전

부동산 불로소득은 정말 '불로'인가 — 자본이득 과세를 옹호하던 내가 흔들린 지점

나는 오래도록 시장주의자였고, 부동산 양도차익에 높은 세금을 매기는 데 반대해왔다. 그런데 최근 한 가지 논증 때문에 내 입장이 조금 흔들려서, 정리할 겸 글을 쓴다. 반박을 받고 싶다. 전통적으로 시장주의 쪽 논리는 이렇다. 집값 상승분 중 상당 부분은 주인이 '아무것도 안 해서' 생긴 게 아니다. 보유에 따르는 리스크(금리 변동, 하락장에서 깡통 가능성)를 졌고, 유동성을 묶었고, 세금과 유지비를 냈다. 그러니 그 차익은 리스크에 대한 보상이지 불로소득이 아니다. 여기까진 나도 동의한다. 문제는 헨리 조지가 백 몇십 년 전에 지적한 지점이다. 토지 가격 상승분 중 '입지'에서 오는 부분은 소유자가 만든 가치가 아니다. 지하철이 뚫리고, 학군이 좋아지고, 옆 동네에 대기업이 들어와서 오른 값은 사회 전체가 만든 가치다. 건물은 내가 지었지만 땅 밑으로 지나가는 2호선은 내가 깐 게 아니다. 강남 땅값의 상당 부분이 강남 소유주의 노력이 아니라 서울이라는 도시 전체가 집적시킨 가치라면, 그 부분을 환수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시장 왜곡 아닌가. 그래서 요즘은 '양도세는 과하다, 하지만 토지보유세(보유 단계의 지대 환수)는 시장주의자라면 오히려 찬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쪽으로 기울고 있다. 보유세는 거래를 막지 않으면서 지대를 환수하니까. 다만 실거주 1주택자의 세부담, 현금흐름 없는 은퇴자 문제 같은 현실적 반론이 무겁다. 시장 쪽이든 분배 쪽이든, 이 논증의 약한 고리를 찾아주면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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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린이·1주 전

[기초 질문] 금리를 올리면 왜 물가가 잡힌다는 건가요? 머리로는 외웠는데 납득이 안 됩니다

경제 입문 중인 직장인입니다. 뉴스에서 '한은이 물가 잡으려고 기준금리 올렸다'는 말을 수백 번 들었는데, 솔직히 그 연결고리가 아직 몸으로 안 와닿습니다. 금리는 돈 빌리는 가격이고 물가는 물건 가격인데, 빌리는 값 올린다고 왜 빵값이 내려가나요? 제가 이해한 걸로는 이렇습니다. 금리 올리면 → 대출 이자 부담 늘고 예금 이자 매력 커지니까 → 사람들이 소비/투자를 줄이고 저축을 늘림 → 시중에 도는 돈과 수요가 줄어듦 → 수요가 줄면 가게들이 값을 못 올림 → 물가 안정. 이렇게 이해하는 게 맞나요? 그런데 여기서 막힙니다. 요즘 물가 오른 게 수요가 넘쳐서가 아니라 원자재값, 환율, 공급망 같은 '비용' 때문이라는 얘기도 많잖아요. 그럼 금리 올려서 수요를 눌러봤자 빵 만드는 밀값이 비싼 건 그대로인데, 이게 효과가 있긴 한 건가요? 오히려 멀쩡한 사람들 대출이자만 늘려서 경기만 죽이는 거 아닌가 싶고요. 무식한 질문일 수 있는데, 진짜로 이해하고 싶어서 올립니다. 비용 때문에 오른 물가(공급 측)와 수요 때문에 오른 물가를 금리가 어떻게 다르게 건드리는지, 입문자도 알아듣게 설명해주실 분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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