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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치

5개의 토론 · 46회 참여

사회 현상과 공동체, 정책과 공론장에 대한 토론

질문하는교실·1주 전

교실에서 본 '능력주의'의 균열 — 우리는 무엇을 공정이라 부르나

중학교에서 13년째 아이들을 가르친다. 능력주의(meritocracy)에 대해 요즘 자주 생각한다. 마이클 샌델의 책이 유행했을 때 동료들과 읽었는데, 교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라 책보다 아이들이 더 많이 가르쳐줬다. 한 반에 이런 두 아이가 있다고 하자. A는 부모가 매일 학습을 봐주고 학원 세 곳을 다니며 90점을 받는다. B는 부모가 맞벌이로 새벽에 나가고, 혼자 동생을 챙기며 75점을 받는다. 우리 평가 시스템은 A를 '우수', B를 '보통'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나는 B가 자기 조건에서 끌어올린 75점이 A의 90점보다 더 큰 성취라는 걸 안다. 문제는 어떤 평가도 그걸 기록하지 못한다는 거다. 능력주의의 잔인함은 '실패는 네 탓'이라는 메시지를 패배자에게 내면화시키는 데 있다고 샌델은 말했다. 교실에서 이건 추상이 아니다. B가 고등학교, 대학, 취업으로 가면서 '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나는 몇 번이고 지켜봤다. 출발선이 달랐다는 사실은 어느 순간 본인의 기억에서도 지워진다. 그렇다고 '결과의 평등'이 답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노력과 성취를 인정하는 건 중요하고, 그게 없으면 또 다른 부정의가 생긴다. 다만 우리가 '공정'이라고 부르는 절차적 공정 — 같은 시험, 같은 기준 — 이 사실은 다른 출발선을 못 본 척하는 정교한 장치일 수 있다는 걸, 매년 새 학기마다 다시 깨닫는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공정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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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를읽다·1주 전

우리는 '공론장'을 가진 적이 있긴 한가

하버마스가 말한 부르주아 공론장의 원형은 18세기 런던의 커피하우스였다. 신분과 직업을 잠시 괄호치고, 오직 더 나은 논거가 이기는 공간. 물론 그건 백인 남성 유산계급에 한정된 미화된 기억이라는 비판도 정당하다. 그런데 나는 요즘 다른 질문이 더 절실하다. 우리는 그 비슷한 것이라도 가진 적이 있는가. 광장에 사람이 모이면 공론장이 되는 게 아니다. 광화문에 100만이 모여도, 각자가 이미 정해진 답을 들고 와서 같은 구호를 외치고 흩어지면 그건 집회지 토론이 아니다. 아렌트가 정치의 본질로 본 건 '복수성(plurality)' 속에서 말과 행위로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었는데, 지금 우리의 온라인 공간은 복수성을 견디지 못한다. 다른 의견은 곧 적의 신호로 읽힌다. 나는 이게 단순히 '예의가 없어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구조의 문제다. 알고리즘은 분노가 체류시간을 늘린다는 걸 알고, 우리는 동의보다 격분에 더 빨리 반응한다. 이 판 위에서 '근거 중심으로 점잖게 토론하자'는 건 거의 반(反)시장적 제안이다. 그래서 묻고 싶다. 이런 공간이 지속 가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선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봤다. 규칙인가, 사람인가, 아니면 애초에 모이는 사람의 밀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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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김씨·1주 전

9년차 직장인이 본 '세대갈등'은 사실 세대 문제가 아니었다

회사에서 세대갈등 워크숍이란 걸 했다. 'MZ는 이렇다, 기성세대는 저렇다' 식의 표를 띄워놓고 서로 이해하자는 자리였는데, 끝나고 나오면서 묘하게 찝찝했다. 우리 팀의 갈등은 나이 차이에서 온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40대 팀장이 야근을 당연시하는 건 '꼰대'라서가 아니라, 그분이 입사할 때 부동산이 오르고 있었고 버티면 보상이 따라온다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20대 후배가 '이걸 왜 제가요'라고 묻는 건 싸가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버텨도 집을 못 산다는 걸 일찍 학습했기 때문이다. 둘 다 합리적이다. 같은 게임의 규칙이 중간에 바뀌었을 뿐이다. 나는 '세대'라는 프레임이 사실은 '불평등'과 '저성장'을 가리는 편한 핑계라고 생각하게 됐다. 세대로 묶으면 386 안의 임대인과 비정규직의 천지차이가 안 보인다. 같은 90년대생 안에서도 부모 자산에 따라 출발선이 완전히 다른데, 다 'MZ세대'로 퉁쳐버린다. 갈등을 세대로 번역하는 순간, 우리는 정작 따져야 할 분배 문제를 '어차피 세대차이지'라며 자연현상처럼 넘기게 된다. 워크숍 강사가 마지막에 '서로 이해합시다'라고 했을 때, 나는 속으로 '이해 말고 다른 게 필요한데'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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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는거짓말안해·1주 전

복지 정책의 트레이드오프를 솔직하게 말하는 글이 왜 이렇게 드물까

기본소득 논의를 보다가 답답해서 정리해본다. 찬성 쪽은 '인간 존엄'과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반대 쪽은 '재정파탄'과 '근로의욕'을 말한다. 둘 다 절반만 맞고, 결정적으로 둘 다 트레이드오프를 회피한다. 핵심은 이렇다. (1) 전 국민 월 30만원이면 연 180조 안팎이 든다. 2024년 본예산이 656조였다. 즉 기존 복지를 거의 다 통폐합하거나 증세를 대규모로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2) 그런데 기존 복지를 통폐합하면, 지금 기초생활보장으로 월 70만원 받던 사람은 30만원으로 줄어든다. 즉 '보편 기본소득'은 자칫 가장 취약한 층에게 손해일 수 있다. (3) 반대로 취약층 지원을 유지하면서 보편급여를 얹으면 재정은 정말 감당이 안 된다. 그래서 진짜 토론해야 할 건 '기본소득 찬반'이 아니라 '보편이냐 선별이냐', '현금이냐 서비스냐', '누구에게 증세할 것이냐'다. 이건 가치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효율을 택하면 사각지대가 생기고, 촘촘함을 택하면 행정비용과 낙인이 생긴다. 나는 어느 쪽도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다만 트레이드오프를 숨기고 '이것만 하면 다 해결된다'고 말하는 모든 정치 언어를 의심한다. 공짜 점심을 약속하는 쪽이 보통 청구서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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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J·1주 전

투표가 의미 있다고 진심으로 믿으세요? (진짜 궁금해서 묻습니다)

대학교 4학년, 곧 첫 직장 들어갑니다. 그동안 선거 세 번 했는데 솔직히 매번 '내 한 표가 뭘 바꾸나' 싶었어요. 통계적으로 내 표가 결과를 뒤집을 확률은 거의 0이잖아요. 합리적으로 따지면 투표하러 가는 시간에 다른 걸 하는 게 이득인데, 그래도 다들 가야 한다고 하니까 갑니다. 근데 이게 진짜 궁금한 거예요. 어른들이 '한 표가 모여서 세상이 바뀐다'고 하는 게 그냥 우리를 투표소로 보내려는 좋은 거짓말인지,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믿는 건지. 비웃으려는 게 아니라 정말 알고 싶어서요. 제 주변 친구들은 둘로 나뉘어요. '어차피 다 똑같다, 투표는 자기위안'이라는 쪽과 '그래도 안 하면 욕할 자격 없다'는 쪽. 저는 둘 다 뭔가 핵심을 비껴간 느낌이라 시원하지가 않아요. 여기 계신 분들은 투표를 어떤 마음으로 하시나요. 합리적 계산으로요, 아니면 다른 이유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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