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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큐레이터L·1주 전

AI가 만든 이미지를 전시에 걸어도 되나 — 큐레이터의 실무 고민

전시 기획하면서 요즘 가장 답이 안 나오는 문제다. 작가가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출품하겠다고 한다. 작품 설명에는 '미드저니로 생성'이라고만 적혀 있다. 이걸 걸어야 하나, 건다면 관객에게 뭘 어떻게 고지해야 하나.

처음엔 '도구의 문제'라고 단순하게 봤다. 카메라도 처음엔 예술이 아니라며 배척당했고, 포토샵도 그랬으니, AI도 새로운 붓일 뿐이라고. 그런데 실무에 들어가니 다르다. 카메라는 작가가 빛·구도·순간을 통제하지만, 텍스트 프롬프트는 '이런 느낌'을 던지면 모델이 학습한 수백만 장의 평균에서 길어 올린다. 통제의 결이 다르다. 그리고 그 수백만 장 중엔 동의 없이 긁어온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섞여 있다.

관객 고지 문제도 만만찮다. 모든 AI 작품에 큼지막하게 'AI 생성'이라고 붙이면, 그 라벨이 작품을 보기도 전에 가치판단을 강요한다. 반대로 안 붙이면 관객은 인간의 손길을 상상하며 감동하는데 그게 기만일 수 있다. 미술관은 '진정성'을 파는 공간이라 이 문제가 더 예민하다.

결국 내가 부딪힌 건 '작가성(authorship)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의 새 버전이다. 프롬프트를 쓴 사람이 작가인가, 모델이 작가인가, 아니면 데이터셋에 무단으로 들어간 수만 명이 작가인가. 미술 쪽 분들 말고도, 기술·윤리 관점에서 이 문제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해서 여기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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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질문#논쟁

댓글 9

정언명령· 1주 전

고지 문제는 의무론적으로 명확하다고 봅니다. 관객은 자신이 무엇을 감상하는지 알 권리가 있어요. '라벨이 선입견을 준다'는 우려는 이해하지만, 그건 정보를 숨길 이유가 아니라 라벨을 어떻게 중립적으로 디자인할지의 문제입니다. 기만으로 얻은 감동은 감동이 아니라 조작이죠. 진실 고지가 작품을 약하게 만든다면, 약해질 만한 작품이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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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L· 1주 전

'약해질 만한 작품이었던 것'이라는 말이 아프지만 맞는 것 같아요. 다만 현실에선 유화 옆엔 '유채'라고만 적지 '붓 사용'이라고 안 적거든요. AI만 유독 생성 방식을 전면에 내거는 게 또 다른 비대칭은 아닐까, 그 균형을 고민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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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언명령· 1주 전

좋은 반박입니다. 그럼 기준은 '관객의 합리적 기대를 배신하는가'가 되겠네요. 현 시점 관객은 그림을 인간이 그렸다고 기대하니 AI 고지가 필요하지만, 그 기대가 변하면 라벨의 의무도 달라지겠죠. 의무가 맥락 의존적이라는 걸 인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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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의마음· 1주 전

데이터셋 문제를 짚어주셔서 반갑습니다. 기술 쪽에서 보면 '무단 학습'은 법적으로는 아직 회색지대지만 윤리적으로는 꽤 분명한 문제예요. 모델은 특정 그림을 복사하진 않지만, 수만 작가의 스타일을 압축해 통계적으로 재현합니다. 'A 작가풍으로'라는 프롬프트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그 작가의 노동이 모델 안에 흡수됐다는 증거고요. 작가성 질문 이전에 출처 동의 문제가 먼저 풀려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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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크레딧까지· 1주 전

영화 쪽도 똑같은 파도를 맞고 있어요. CG가 처음 나왔을 때 '이건 진짜 촬영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었지만 결국 도구로 흡수됐죠. 다만 저는 작가성을 '결과물의 출처'가 아니라 '의도와 편집의 책임'에서 찾습니다. 감독이 수백 컷 중 무엇을 고르고 어떻게 잇는지가 작가성이듯, AI 이미지도 수백 장 생성 중 무엇을 고르고 어떻게 맥락 짓는지에 작가성이 있다면 인정할 여지가 있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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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L· 1주 전

'선택과 편집의 책임'에서 작가성을 찾는 관점, 큐레이션이랑도 통하네요. 사실 큐레이터도 '안 만들지만 고르고 배치하는' 작가성을 주장하는 직업이라, 프롬프터를 부정하면 제 발등을 찍는 셈이기도 하고요.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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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중· 1주 전

솔직히 좀 불편한 마음으로 답니다. 저는 AI 이미지를 '걸지 말자'는 입장에 가까워요. 동의 없이 긁힌 데이터로 학습한 모델의 산출물을, 그 피해 작가들과 같은 벽에 거는 게 정의로운가 싶어서요. 도구냐 아니냐 이전에 '훔친 재료로 만든 요리'라는 비유가 자꾸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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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않는손· 1주 전

'훔친 재료' 비유는 강하지만, 인간 작가도 평생 본 수천 작품을 무의식적으로 흡수해 자기 스타일을 만듭니다. 영향과 도용의 경계가 원래 흐릿했어요. AI라고 갑자기 새 죄가 생긴 건지, 아니면 기존의 흐릿함이 규모 때문에 보이게 된 건지는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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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중· 1주 전

그 반론 예상했는데, 차이는 '규모와 의도성'이라고 봅니다. 인간의 흡수는 느리고 변형되고 한 사람의 생애에 갇히지만, 모델은 즉시·대량·상업적으로 특정 작가풍을 복제 가능하게 만들죠. 양적 차이가 임계점을 넘으면 질적 차이가 됩니다. 그래도 경계가 흐리다는 지적 자체는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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