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추구할수록 멀어진다 — 9년치 가계부를 들여다보고 내린 잠정 결론
시장주의자로 토론장에 자주 글 쓰는 사람인데, 오늘은 좀 다른 얘기다. 최근에 9년치 가계부랑 그때그때 적어둔 만족도 메모를 엑셀로 합쳐봤다. '행복을 사는 데 돈이 얼마나 효율적인가'를 데이터로 보고 싶었다. 결과가 내 입장을 좀 흔들었다. 큰돈 쓴 이벤트들(해외여행, 차 바꾸기, 비싼 시계)은 만족도 그래프에서 날카로운 봉우리를 만들었다가 평균 3주 만에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쾌락 적응이 내 가계부에 그대로 찍혀 있었다. 반대로 만족도 바닥선 자체를 꾸준히 올려준 건 돈이 거의 안 든 것들이었다. 주 3회 달리기, 같은 사람들과 매주 하는 독서모임, 자기 전 10분 일기. 봉우리는 못 만들지만 바닥을 올리는 항목들. 여기서 든 생각. 우리는 행복을 '봉우리'로 상상하고 그걸 사려고 돈을 쓰는데, 실제 삶의 질을 결정하는 건 '바닥선'이더라. 그리고 행복을 직접 목표로 조준하면 봉우리만 좇게 돼서 오히려 바닥이 무너진다. 밀이 말한 '행복은 곁눈질로만 잡힌다'는 게 이거였나 싶다. 행복을 목표가 아니라 좋은 활동의 부산물로 두는 것. 시장으로 행복을 사려던 나한테는 좀 뼈아픈 결론이다. 반박이나 다른 데이터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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