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는 가해자를 위한 게 아니라더니, 그럼 누구를 위한 걸까
10년 전 저에게 깊은 상처를 준 사람이 최근 연락을 해왔습니다. 사과하고 싶다고요. 막상 그 메시지를 받으니 "용서는 너 자신을 위한 거야"라는 흔한 위로가 갑자기 의심스러워졌어요. 정말 그런가? 그렇다면 용서는 결국 내 마음 편하자고 가해의 무게를 덜어주는, 또 하나의 자기관리 기술에 불과한 건가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용서에는 두 종류가 섞여 있더군요. 하나는 분노를 내려놓는 것(내 안의 일), 다른 하나는 관계를 회복하는 것(상대와의 일). 우리는 이 둘을 자꾸 한 단어로 부르면서 혼동합니다. 분노는 내려놓되 관계는 끊을 수 있어요. 그런데 "용서했다"고 말하는 순간 사람들은 둘 다 했다고 기대하죠. 그래서 어설프게 용서한 사람이 더 괴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사과받지 못한 상처는 어떻게 하나요. 가해자가 죽거나, 끝내 자기가 잘못했다는 걸 모르는 경우. 그럴 때 "그래도 너를 위해 용서해"라는 말은 너무 가혹하지 않나요. 용서를 또 하나의 숙제로 떠안기는 것 같아서요. 밤에 답장을 쓰다 지워다 하면서, 결국 답을 못 내고 여기 적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