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의 거짓말은 없다 — 칸트 편을 들어보겠습니다
여기서 인기 없을 주장인 거 압니다. 그래도 한번 진지하게 써봅니다. 거짓말은, 그게 아무리 선의라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입장입니다.
흔히 드는 반례가 있죠. 살인자가 문을 두드리며 '네 친구 어디 있냐'고 묻는다, 거짓말 안 하면 친구가 죽는다. 칸트는 여기서도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해서 욕을 먹습니다. 그런데 칸트의 진짜 논점은 결과가 아니라 이겁니다. 내가 거짓말을 해도 된다고 허용하는 순간, 나는 '필요하면 거짓말해도 된다'는 규칙을 온 세상에 적용 가능한 법칙으로 세우는 거예요. 그 법칙이 보편화되면 '말'이라는 것 자체가 신뢰를 잃고, 거짓말이라는 행위 자체가 성립 불가능해집니다. 거짓말은 진실을 믿는 사람이 있어야만 작동하는 무임승차니까요.
현실에선 저도 흔들립니다. 시한부 환자에게, 상처받을 친구에게, 매번 진실을 말하진 못해요. 다만 저는 그 거짓말을 '어쩔 수 없었다'고 합리화하지 않고 '나는 지금 잘못을 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게 정직이라고 봅니다. 거짓말을 선의로 포장하는 순간, 우리는 거짓말의 비용을 영원히 안 치르거든요. 반박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