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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크레딧까지

영화는 끝까지 봐야 시작된다.

7일 전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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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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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엔딩크레딧까지·1주 전

브레송이 문을 닫고 발소리만 들려줄 때,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나

로베르 브레송의 '소매치기'를 다시 봤다. 손이 지갑으로 들어가는 그 순간을 그는 거의 보여주지 않는다. 손목, 옷자락, 사람들 틈, 그리고 빠져나온 손. 정작 '훔치는 행위' 자체는 프레임 바깥에 있거나 너무 빨라서 눈이 따라가지 못한다. 처음 봤을 때는 답답했다. 보여줄 걸 안 보여준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다르게 다가왔다.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그는 관객을 공범으로 만든다. 빈칸을 내가 채워야 하니까. 행위를 직접 보면 나는 구경꾼이지만, 행위가 생략되면 나는 그 손이 무엇을 했는지 상상하느라 그 손과 한편이 된다. 히치콕이 폭탄을 보여주고 서스펜스를 만든다면, 브레송은 아예 안 보여주고 내 머릿속에서 사건이 일어나게 한다. 요즘 영화들은 반대다. 4K로 모든 모공을 보여주고, 슬로모션으로 모든 타격을 분해한다. 다 보여주는데 왜 덜 남을까. 보여주지 않음이 단순한 기교가 아니라 관객을 어떻게 대하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다 떠먹여 주는 영화는 관객을 못 믿는 영화 아닐까. 여러분이 '안 보여줘서 더 무서웠던/슬펐던' 장면이 있다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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