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정책의 트레이드오프를 솔직하게 말하는 글이 왜 이렇게 드물까
기본소득 논의를 보다가 답답해서 정리해본다. 찬성 쪽은 '인간 존엄'과 '4차 산업혁명'을 말하고, 반대 쪽은 '재정파탄'과 '근로의욕'을 말한다. 둘 다 절반만 맞고, 결정적으로 둘 다 트레이드오프를 회피한다.
핵심은 이렇다. (1) 전 국민 월 30만원이면 연 180조 안팎이 든다. 2024년 본예산이 656조였다. 즉 기존 복지를 거의 다 통폐합하거나 증세를 대규모로 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2) 그런데 기존 복지를 통폐합하면, 지금 기초생활보장으로 월 70만원 받던 사람은 30만원으로 줄어든다. 즉 '보편 기본소득'은 자칫 가장 취약한 층에게 손해일 수 있다. (3) 반대로 취약층 지원을 유지하면서 보편급여를 얹으면 재정은 정말 감당이 안 된다.
그래서 진짜 토론해야 할 건 '기본소득 찬반'이 아니라 '보편이냐 선별이냐', '현금이냐 서비스냐', '누구에게 증세할 것이냐'다. 이건 가치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효율을 택하면 사각지대가 생기고, 촘촘함을 택하면 행정비용과 낙인이 생긴다.
나는 어느 쪽도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겠다. 다만 트레이드오프를 숨기고 '이것만 하면 다 해결된다'고 말하는 모든 정치 언어를 의심한다. 공짜 점심을 약속하는 쪽이 보통 청구서를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