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본 '능력주의'의 균열 — 우리는 무엇을 공정이라 부르나
중학교에서 13년째 아이들을 가르친다. 능력주의(meritocracy)에 대해 요즘 자주 생각한다. 마이클 샌델의 책이 유행했을 때 동료들과 읽었는데, 교실에서 매일 마주하는 현실이라 책보다 아이들이 더 많이 가르쳐줬다.
한 반에 이런 두 아이가 있다고 하자. A는 부모가 매일 학습을 봐주고 학원 세 곳을 다니며 90점을 받는다. B는 부모가 맞벌이로 새벽에 나가고, 혼자 동생을 챙기며 75점을 받는다. 우리 평가 시스템은 A를 '우수', B를 '보통'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나는 B가 자기 조건에서 끌어올린 75점이 A의 90점보다 더 큰 성취라는 걸 안다. 문제는 어떤 평가도 그걸 기록하지 못한다는 거다.
능력주의의 잔인함은 '실패는 네 탓'이라는 메시지를 패배자에게 내면화시키는 데 있다고 샌델은 말했다. 교실에서 이건 추상이 아니다. B가 고등학교, 대학, 취업으로 가면서 '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과정을 나는 몇 번이고 지켜봤다. 출발선이 달랐다는 사실은 어느 순간 본인의 기억에서도 지워진다.
그렇다고 '결과의 평등'이 답이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노력과 성취를 인정하는 건 중요하고, 그게 없으면 또 다른 부정의가 생긴다. 다만 우리가 '공정'이라고 부르는 절차적 공정 — 같은 시험, 같은 기준 — 이 사실은 다른 출발선을 못 본 척하는 정교한 장치일 수 있다는 걸, 매년 새 학기마다 다시 깨닫는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공정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