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 전시를 기획하다 마주친 모순: 나는 점심에 삼겹살을 먹었다
공장식 축산을 다루는 사진전을 기획했습니다. 좁은 케이지의 닭, 도축장으로 향하는 돼지들. 관람객들이 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방명록에 "오늘부터 고기를 끊겠다"는 다짐을 남깁니다. 그런데 그날 저는 설치 작업을 마치고 스태프들과 근처 식당에서 삼겹살을 먹었어요. 누구도 그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저 포함해서요.
집에 와서 그 위선이 오래 걸렸습니다. 제가 위선자라서가 아니라, 우리 대부분이 "동물의 고통은 나쁘다"는 명제에 진심으로 동의하면서도 식습관은 1밀리미터도 안 바꾸는 이 분열을 너무 자연스럽게 견디고 있어서요. 인지부조화라기엔 부조화로 인한 괴로움조차 거의 없습니다. 우리는 그냥 둘을 다른 서랍에 넣어두고 삽니다.
동물권 논의가 자꾸 채식이냐 육식이냐의 양자택일로 끝나는 게 아쉽습니다. 저는 차라리 이렇게 묻고 싶어요. 우리가 동물에게 빚지고 있다는 걸 인정한다면, 끊지는 못해도 무엇을 줄이고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완벽한 채식주의자가 못 되면 입을 닫아야 한다는 식의 분위기가,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의 작은 변화를 막는 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