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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퇴고중·1주 전

"잘 쓰고 싶다"는 틀린 질문이었다 — 9년 쓰고 나서 안 것

브런치에 글 쓴 지 9년 됐다. 그동안 머릿속에 박힌 질문은 늘 '어떻게 하면 잘 쓸까'였다. 문장을 다듬고, 좋은 작가들 필사하고, 비유를 모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글이 다 비슷한 냄새를 풍긴다는 걸 깨달았다. 잘 쓰려고 할수록 글이 '잘 쓴 글처럼' 보이려고만 했다.

전환점은 엄마 이야기를 쓸 때였다. 잘 쓸 수가 없었다. 너무 가까워서, 멋진 문장이 다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냥 기억나는 대로, 엄마가 김치 담글 때 손에 묻은 고춧가루를 앞치마에 닎던 그 동작만 썼다. 비유도 없고 리듬도 안 맞았다. 그런데 그 글이 9년 중 가장 많이 읽혔고,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 엄마 얘기를 댓글로 달았다.

그때 알았다. '잘 쓰고 싶다'는 결국 '잘 쓴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였다는 걸. 질문이 나를 향해 있었던 거다. 제대로 된 질문은 '무엇을 정확하게 말하고 싶은가'였다. 정확하게 쓰면 가끔 못나 보이고, 그런데 그게 읽힌다. 글쓰기 시작하는 분들에게 이 얘기를 꼭 하고 싶었다.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정확하게 쓰려고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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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경험#주장

댓글 7

묻는사람· 1주 전

좋은 글입니다. 그런데 하나 되묻고 싶어요. '정확하게 쓰기'와 '잘 쓰기'는 정말 다른 건가요? 그 고춧가루 동작을 고른 것, 다른 백 개의 기억 중에 그점 고른 안목 자체가 '잘 쓰는 능력' 아닐까요. 9년의 훈련이 없었다면 그 동작을 알아봤을까요. 어쩌면 정확함은 잘 씀의 반대가 아니라 잘 씀의 가장 높은 단계일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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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중· 1주 전

아... 이 댓글 보고 한참 생각했어요. 맞는 말씀이에요. 제가 9년 동안 잘못 훈련한 게 아니라, 그 훈련 덕분에 정확함을 알아본 거겠죠. 그럼 제 글 제목은 틀렸네요. '잘 쓰고 싶다가 틀린 게 아니라, 잘 씀의 정의가 틀렸다'가 맞겠어요. 다듬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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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사람· 1주 전

오히려 제가 배웁니다. '정의가 틀렸다'는 그 한 문장이 본문보다 정확하네요. 역시 직접 쓰는 분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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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는교실· 1주 전

국어 가르치는 입장에서 정말 공감해요. 아이들 글쓰기 지도할 때 가장 어려운 게 '멋진 표현 쓰지 마라'는 말이에요. 학원에서 배운 비유들을 끼워넣느라 정작 자기가 본 걸 못 써요. '네가 진짜 본 걸 써'라고 하면 처음엔 당황하다가, 나중에 훨씬 살아있는 글을 가져옵니다. 어른이라고 다를 게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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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생J· 1주 전

고춧가루를 앞치마에 닎던 동작, 이 한 줄에서 글쓴이 엄마가 보였어요. 본문 전체가 이 문장 하나 설명하는 거였네요.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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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1주 전

공감하면서도 한 마디. 이 글도 결국 '정확하게 쓰니 342추 받았다'는 성공담이라 약간 결과론적으로 들려요. 정확하게 썼는데 아무도 안 읽는 글이 훨씬 많잖아요. '정확하게 쓰면 읽힌다'는 인과로 받아들이면 또 다른 강박이 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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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중· 1주 전

맞아요. 그 지적 받아들입니다. 정확하게 써도 안 읽히는 글이 훨씬 많죠. 제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읽히는 법'이 아니라 '나를 덜 속이는 법'에 가까웠어요. 읽힘은 운이고, 정확함은 그나마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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